
집에서 일하면 점심이 두 가지로 갈린다. 매일 배달을 시켜 돈과 몸이 상하거나, 대충 건너뛰어 오후에 집중이 무너지거나. 요리를 잘하지 않아도 십오 분 안에 그럴듯한 점심을 차리는 요령은 몇 가지 준비에 달려 있다.
주말에 밥과 국만 만들어 둔다
밥은 한 번에 지어 한 공기씩 얼려 두고, 국이나 찌개 한 냄비를 끓여 두면 평일 점심의 절반이 해결된다. 냉동 밥은 전자레인지 삼 분, 국은 냄비에 데우는 오 분이면 된다. 반찬은 사 온 것이어도 괜찮다.
계란과 두부는 늘 있게
이 두 가지는 오 분 안에 단백질 반찬이 된다. 계란 프라이 두 개, 두부를 팬에 구워 간장을 뿌리는 정도면 밥과 국에 곁들이기 충분하다. 냉장고에 이것만 있으면 배달 앱을 여는 손이 멈춘다.
점심시간을 정해 두기
배가 고플 때 먹으면 하루가 늦어진다. 열두 시나 열두 시 반으로 정해 두고 그 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난다. 점심을 책상에서 화면 보며 먹지 않는다. 식탁으로 옮기는 것만으로 쉬는 시간이 된다.
설거지는 바로
먹은 그릇을 두고 자리로 돌아오면 저녁까지 신경이 쓰인다. 그릇 두어 개는 삼 분이면 끝나고, 그 삼 분이 오후를 시작하는 전환이 된다.
일주일 점심 예시
월요일 된장찌개와 계란 프라이, 화요일 미역국과 두부구이, 수요일 냉동 밥으로 볶음밥, 목요일 남은 찌개에 라면 사리, 금요일 김치찌개. 이렇게 국 두 가지와 계란, 두부만 있으면 일주일이 돌아간다. 같은 메뉴가 반복돼도 사무실 구내식당보다 나쁘지 않다.
한 주에 하루는 배달을 허용하는 날로 정해 두면 나머지 날이 편하다. 완전히 끊으려 들면 오래 못 간다.
점심을 잘 먹으면 저녁이 편해진다. 점심에 밥과 국을 제대로 먹은 날은 오후 간식이 줄고 저녁을 가볍게 먹게 된다. 재택근무에서 살이 찌는 이유는 점심을 대충 먹고 오후 내내 과자를 먹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점심 준비를 요리로 생각하면 부담스럽고, 데우기와 굽기로 생각하면 가볍다. 재택 점심의 목표는 맛있는 요리가 아니라 십오 분 안에 따뜻한 한 끼를 먹고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다. 주말 삼십 분의 준비가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 준비마저 부담스러운 주에는 국 대신 시판 즉석국을 쓰는 것도 배달보다 낫다.
점심을 먹은 뒤 십 분은 화면을 보지 않는다. 창밖을 보거나 베란다에 나가거나 설거지를 한다. 이 십 분이 오후 첫 한 시간의 집중력을 결정한다. 점심시간이 끝나는 시각을 정해 두면 이 십 분이 늘어지지 않는다. 점심도 루틴이다.
앞선 아침 루틴 글과 같은 원리다. 재택근무는 작은 경계를 여러 개 만드는 일이다. 점심도 그 경계 중 하나다.